그 날, 이케부쿠로에서 만났던. :: 2009/04/05 20:35
발이 정말 너무 아팠다.
평소에 잘 신고 다니는 구두라 10cm나 되는 굽에도 하루 종일 신고 다녀도 약간 피곤할 뿐 불편하지 않은 구두였음에도, 역시 여행한다고 4일간 혹사했던 발에는 무리였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고.. 이제 1시간 후면 나리타 공항으로 가야 하는 시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오토메로드에서 사고자했던 물품 리스트를 확인하며 책을 사고 최대한 빨리 동인지를 골라내고.
길을 건너면 오토메로드는 이제 안녕이다.
지를까 말까 고민하며 -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주일은 후회하게 되었지만 - 두고온 더블콜 특별부록때문에 뒤가 캥긴다.
그래도 아픈 발, 촉박한 시간이 큰 고민없이 횡단 보도를 건너게 한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몬자야키다.
모처럼 일본까지 왔는데, 4일내내 자의로 선택했던 음식은 실패.
라면은 느끼했고, 빵은 너무 달았다.
일본다운 음식 먹어보자며, 추천받은 몬자야키집으로 가는 생각만 하던 그때...
대각선 2미터 방향에서 걸어오던 사람에게 문득 눈길이 갔다.
순간적으로 아픈발도 생각나지 않고,
'어.. 아상 닮았다.'
2미터 앞에서부터 걸어오던 남자.
그리고 그 방향으로 향하던 나.
서로 엇갈리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은, 그 짧은 시간이라 채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틈도 없었다.
뭔가 무표정한 바쁜 도시의 얼굴인데... 아상을 닮은 아저씨다.
머리 스타일도 비슷했다.
저도 모르게 바쁜 이케부쿠로 한 바닥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시간에, 하필 이케부쿠로를, 걸어서, 그것도 아상이, 있을리가 없다는 걸 내 머리는 잘 알고 있었다.
머릿결은 좋아보여지만, 왠지 찰랑거리지 않아.
키는 비슷해 보이지만 덩치는 아상보다 저 사람이 쫌 더 좋은거 같아.
무표정이 무척 익숙하지만, 아상과는 달랐을 거야.
왠지 무채색인 옷차림이 비슷한거 같지만, 아상이 평소에 입는 스타일은 아냐.
수 많은 생각이 그 5초도 안되는 동안 머릿속을 스치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나는 다시 몬자야키 집을 향했다.
잠깐의 생각이었고, 혹여나 싶어 따라가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왜 인지 뒤늦게 계속 기억이 난다.
아상이 아니라고 99.99% 확신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
그곳까지 가놓고 얼굴은 커녕 머리 꽁무니도 보지 못한, 아상과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새삼스럽게 느낀 듯한 기분이다.
어쩌면 그게 아상이었다면, 적어도 스치며 옆모습 볼 정도의 인연을 전생에 쌓았는갑다.. 하고 생각해야지.
아니라면 뭐.... 아상 닮은 아저씨를 1초동안 감상한 추억 정도;;;;;
이런걸 두고 세상은 미련한 팬심이라고 하는 걸테지.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여러 미련을 남겨두고 와서 더 아쉬운 도쿄행.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거 같아.
오로지 아즈씨 하나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일이 많고 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