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기때도 그러했지만 이번 경기는 월드컵 예선 최종 경기인데다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기에 더욱 중요하게 인식됬던 경기였다.
오늘도 상암에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수천, 수만 모여들었다.
경기전까지의 기사들에는 다시 한국 축구의 부활을 꿈꾸는 기사들 일색이었고, 본프레레 감독의 마지막 혈전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담은 찌라시들도 있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경기는 결국 패(敗)라는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이제 내일이면(빠르면 오늘 밤부터) 다시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원하는 글들이 쏟아질 것이며 국가 대표 선수들과 축협, 감독을 비난하는 온갖 댓글이 달릴 것이다.
누구는 못했고, 누구는 어땠으며, 누구는 조기축구회나 해라.. 등등의 글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린 응원해야 한다.
아무리 속이 꽉 막히게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경기여도 그래야 한다.
대한 민국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 축구를 보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 자체가 붉은 악마이기 때문이다.
전략이 어찌됬던 선수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감독이 맘에 안들어도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감독의 선임 정책이 잘못됬다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나라의 대표로 뛰는 우리의 대표이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당신들이 뛰어보라는 원론적인 말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응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TV에서, 경기장에서 혹은 라디오로 보고 들으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주먹 꽉 쥐고 긴장하며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저번 동아시아대회의 북한전에서 붉은 악마들은 선수들을 등졌다.
경기가 끝나고 인사를 하러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던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닌 등 돌린 모습을 보여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축협에게 본프레레 경질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선수들에게 등돌린다고 축협이 알까?
차라리 축협에 가서 시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선수들 기죽이고, 감독에게 야유해서 긴장감 조성하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본프레레가 맘에 안들고 몇몇 축구선수들이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우리나라 대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서 힘을 보태는 것 뿐이다.
이동국이 맘에 안든다고?
황선홍을 생각해 보자.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넣었으나 우리나라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인정을 받았던건 은퇴직전인 2002년 월드컵 후였다.
스트라이커와 골기퍼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골을 넣고, 골을 막아야 하는 그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었으며, 또한 영웅이 되기도 했다. 모아니면 도.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음에 분명하다.
똥볼, 개발 등등.. 지금 이동국에게 붙는 수식어들은 황선홍 선수가 가지고 있던 수식어들이다.
사람이기에 언제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물론, 프로이기에 아마추어와 같을 수는 없고 더 잘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가 계속 해서 문제가 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할말이 없겠지만,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난 이후로 꾸준히 노력했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실제로도 잘 하고 있다.
칭찬의 효과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그런 책들을 수도 없이 읽고 있다. 칭찬을 받고 자란 아이와 비난과 화를 받고 자란 아이는 다르다는 걸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칭찬보다는 비난을 앞서하는가.
잘하던 못하던, 칭찬을 해주자.
그러면 지들이 잘하는 줄 안다고???
천만에.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더 잘안다.
비난도 때로는 힘이 되지만 매우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미워도 참고 잘한 것을 보려 노력하고 칭찬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정말 잘못한건 말해줘야 하지 않냐고?
당연하다. 잘못한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칭찬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쁘다.
하지만 방법의 문제이다.
후반 24분에 교체되어 들어간 후 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일어난 일이다.
박지성 선수의 출전을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은 기뻐했지만, 15분 후에 바로 걱정에 휩싸였었다.
인터넷으로 보고 있던 나도 불안 불안해서 계~속 실황중계를 올리는 인터넷 뉴스를 뒤적였다.
후반 38분 반니(뤼트 반 니스텔로이)의 절묘한 힐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 대 1 찬스를 잡았으나 아쉽게도 공은 골문 위로 훌쩍 넘어갔다.
이런거 놓치면 왠지 욕먹을 분위기인데... 싶었더니, 바로 1분 뒤 지성선수는 크로스를 받기 위해 골문을 향해 뛰어들다가 상대 수비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골키퍼 소가하타 히토시와 부딪쳤다.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진 박지성선수는 결국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물러서야만 했던 것이다..
다행히 오늘 나온 보도에서는 연습에도 참가 한 듯 하지만, 워낙에 인내심이 강한 선수이다 보니 아픔을 참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든다.
상흔을 보니 그 귀여운 얼굴에 흉터가 남을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T^T
요즘 데뷔골도 넣고 입단 이후 좋은 평가를 받던 중이라 왠지 모르게 불안했었다. 혹시나 부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나.. 혹시나 실수로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현실이 되고보니 안절부절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박지성 선수의 아군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부상사건(?)으로 일약 한국팬들을 사로잡은 반니가 바로 그 주인공!!
평소 연습때의 친해보이던 분위기도 그렇지만, 어제 박지성선수가 다치자 마자 바로 달려와서 다급하게 의료진을 불러주는 모습때문이다.
다친 지성선수를 어루만져 안심시켜주기도 하고..
의료진들에게 다친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기도 하고..
그렇게 반니는 졸지에 친절한 반니씨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팬들이 걱정했던 것은 팀 동료들과의 관계였는데, 반니나 루니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들에 걱정을 조금은 덜어낸 듯 하다.
오늘은 반니와 지성선수가 명콤비라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로, 이들은 친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축협모자를 선물해 줄 정도로!!!!!!!
니스텔루이 선수.. 우리 박선수를 잘 부탁하오~!
(하지만.. 동료애 이상의 감정을 가지면 위험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