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나는 그다지 서운하지 않았다.
일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점도 없었고 특별히 불쾌하거나 슬프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꾸 목에 가시가 걸린 것 마냥 거슬린다.

쉽게 아무렇지 않기에는 내 생각보다 9년은 길었던 게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내게 보여줬던 마음을.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도 가끔은 그런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문득 아무렇지 않게 속내를 드러내고 그의 존재에 감사했었다.

아마도 평생을 갈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평생을 보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냥 약간 거슬릴 뿐 별로 서글프게 와닿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냉정한 척 하는 나보다는 애정어린 척 하는 그가 더 냉정해 왔음을 알 수 있는데 나는 약간 착각을 했다.
나보다 그가 끊어내는 데는 더 빠르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내가 했던 '애증'이라는 낱말에서 '애(愛)'보다 '증(憎)'을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지만 '증(憎)'이란 '애(愛)'없인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내게 아직 어떤 종류이던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내게 있어서 그가 존재했던 증거는 충분히 남아있고 별로 지울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셈이지만 별 다른 감흥이 없다.
... 아마, 그러려고 하는 노력일 수도 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강산이 한번은 변할 시간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공유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마도 그는 부정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지만.)

별자리와는 무관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극히 온유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천칭자리이다.
내게 그는 불안함, 그 자체였다.
뜨뜻 미지근하게 꾸준히 이어지는 그런 만남을 원하는 나에게 있어 그는 열정이면서도 불안함이었다.
언제 절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함에도 내가 그만큼의 시간을 그와 함께 해왔다는 것은 사실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 기적을 그가 만들어 낸 것이든, 내가 만들어 낸 것이든.
그리고.. 난 그 불안함을 안고서도 그와의 평생을 감히 생각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안다고 자부했으면서도 그 쉬운 것을 시간에 묻어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니면, 잊어버린 척이었을 수도 있다. 쉽게 놓고 싶지 않은 상대였던가.

그 어렸던 시절 그는 내게 환함이었고, 어른인줄 알았던 그 시절에는 시시콜콜함이었고 지금은 편안한 불안함이었다.

끊어내기는 나보다 그가 잘 할지언정, 모든 정리를 마음속으로 끝낸 뒤의 나는 단언하건데,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아마도, 평생을 다시 이어가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끝을 내기는 힘들어도 끝을 난 후는 추억마저 부정하지 않을 정도로 내게 아무런 영향이 없게 되어버린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이고 애(愛)의 감정이 사라졌다면 그거야 말로 더더욱 거짓말이다.

하지만 길지 않게 내 정리는 끝나버릴 것이다.
내가 먼저 다가설 생각은 지금으로선 없다.
정리가 끝난 후라면 더더욱 이런 글을 쓸 이유조차 찾지 못할 것이다.

좋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이제는 평생, 아마도 평생 내 특유의 건망증으로, 꺼내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록,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사랑한 건 사실이야. 좋아한 건..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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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4 17:39 2005/08/24 17:39
Posted by 티티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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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이은하 - 미소를 띄우며 너를 보낸 그 모습처럼 (가사)

    Tracked from Wonderland in Mushroom 2005/08/24 18:09  삭제

    이은하 - 미소를 띄우며 너를 보낸 그 모습처럼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날 위해 슬퍼 말아요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의미를 잃어버린 그 표정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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