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특히 쇼트트랙의 팬들에게 지난 한달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나날이었을 겁니다.

2월의 벤쿠버 올림픽에서 선전을 한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맞이하며, 올림픽 출전 사상 최대의 메달 기록으로 우리나라도 빙상 강국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죠..

특히 쇼트트랙은 우리나라 전통의 메달밭이라고 해도 될정도로 강국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뭐 여러가지 일들이 쇼트트랙에서 많이 일어나기도 했기에 다른때보다 미진한 성적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실 금2개 은4개 동2개가 미진한 성적은 아니죠..)

여튼 어느 올림픽때나 그렇듯이 반짝 특수로 선수들은 이방송 저방송에 출연을 해주고 팬들도 늘어났으며 그 덕에 오랜팬들은 평소보다 더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즐거워했구요..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는 끝났지만 선수들에게 있어 그것은 그저 수 많은 경기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시 연습을 시작하고 또 다른 경기를 대비하죠.

세계선수권, 팀선수권 등 국제 경기를 비롯해 국내 종별 경기 국가대표 선발전 등이 남아있었습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열기를 식게 만드는 것은 국민들이 아닙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정보를 전해주지 않는 언론이죠.
올림픽 끝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쇼트트랙에 관련된 정보들은 당연하게도 단신 취급되더군요.
이 와중에... 요즘 한참 난리인 사건들이 하나둘씩 터지죠.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이정수 선수가 부상때문에 개인전을 참여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바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경기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음모론에 불과했던 이야기가 결국은 사실로 밝혀졌고요.

왜 이런 일이 자꾸만 쇼트트랙에서 발생하는 걸까요.

애시당초 빙상연맹이 주장하던 것들이 너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은 열살짜리 꼬마를 데려다 놓고 이야기를 해도 알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사건 정황을 한번 되짚어 봅니다.


1. 이정수는 부상으로 참가를 하지 않겠다고 본인이 이야기했으며 사유서를 작성했다.
 => 다른 대회도 아니고 세계선수권입니다. 세계선수권은 다른 국제 경기와 다르게, 종합 1위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면제 받습니다. 어느 국제 대회보다도 어렵다는 국대 선발전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기 쉬울까요? 부상때문에 몸을 사리고 국선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만, 이미 이정수 선수는 이전에 실제 발목부상을 참으며 경기에 뛴 적도 있는 선수이고 몸을 사리기 위해 쉬었다는 선수 치고는 세계선수권 계주와 팀선수권 경기들을 너무 훌륭히 해냈습니다. 부상으로 중요한 경기는 결장해놓고 그 외에 어떻게 되도 좋은(사실 모든 경기는 중요합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경기는 열심히 뛰었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2. 이정수의 부상으로 개인전을 뛰는 건 차순위인 국대선발전 4위의 김성일이어야 하지만 김성일은 계주만을 준비했고 개인전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기때문에 5위인 곽윤기에게 양보했다.
 => 이건 이정수 선수 부상발언보다 더 어이없는 이야기입니다. 계주연습은 개인전 연습과 다른 무언가 특별한게 있기라도 한가요? 계주 연습은 뭐 푸쉬만 연습하고 나머지는 쉬나요? 이야기를 지어내도 그럴싸하게 지어내지 무슨 계주 스페셜리스트... 현지에서 포섭했는지, 세계선수권에 함께 따라갔다던 박모 기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며 아주 실소를 금치 못하겠더군요. 이러니 기자 아무나 한다는 소리 나오지.. 어느 선수가 열심히 국가대표 해놓고 자기는 계주 스페셜리스트이니 개인전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일을 꾸밀래도 머리가 있어야지 국민을 바보로 아나..

3. 전재목 코치가 일방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며 이전부터 정수를 제외시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 전재목 코치는 총감독도 아니고 일개 코치입니다. 코치들의 선임권한은 빙상연맹이 가지고 있으며 이후의 거취에 대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게 빙상연맹입니다. 일개 코치가 무슨 힘이 있다고 다른 코치와 총감독이 있는데 개인의 힘으로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결정하고 강요하겠습니까. 누가봐도 일목요연하게 보입니다. 윗선에서 시킨거죠.
이런 발언을 선수가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고 용감하게 이야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감사에서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죠. 어떻게봐도 빤히 보이는 걸 눈가리고 아웅하겠다는 것인지... 국대 코치는 어차피 계약제이니 이제와 코치를 잘라내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도마뱀이 꼬리 자르고 도망가듯이, 가지만 쳐내겠다는 거죠.

4. 파벌? 짬짜미? 나눠먹기? 선수들은 공범자?
 => 빙상연맹이 좀 머리를 썼습니다. 은근슬쩍 사람들이 쏠리기 좋은 쪽으로 이슈를 던져놓고 자신들의 부조리함을 덮어버리겠다는 것이죠. 지금 상황은 파벌이라고 이름 짓기도 뭐합니다. 이전에 파벌이 분명 존재했고 그것으로 인해 안현수라는 천재적인 선수가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걸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또 쇼트트랙 파벌? 이라는 진절머리 난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벌이라고 이름 지을만한 파벌이 없죠 지금.. 당연합니다. 이익을 바라고 파를 만들어 나누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게 아니라 빙상연맹 윗물들이 자기 이익 챙기려고 하는 짓거리이니...
선수들이 작년 국선때 나눠먹기식으로 하기로 하고 서로를 도와줘서 선발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 빙연의 주장입니다. 이런 행위가 절대 옳거나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쟁점은 이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런 행위가 묵인되거나 권유된 것은 빙상연맹때문이었다는 건 누구나가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본인들은 쓱 빠지고 모든 책임을 선수와 코치진에게 넘기겠다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요? 피해자가 공범자가 되어 같이 욕을 먹고 사장되게 생긴 이런 상황들...
특정선수들을 두고 수혜를 입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어불성설입니다. 개인전에 못나가게 하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요? 이 일에 휘말린 모든 선수들이 피해자입니다.

5. 현재 상태로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할 수 없다고 여겨 9월로 연기한다.
 => 이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미루면 그냥 다시 준비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만, 화로의 불길이 항상 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지금은 올림픽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막 다시 이슈가 터져나왔으니 뜨겁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도 면역이 있듯이 사람들은 사건 사고에도 무감해집니다. 몇개월을 끌고 가면 9월쯤 되었을 때 '아 그 쇼트트랙 파벌? 아직도 해결 안됐대?' 이러고 여론이 넘어가는 것을 불보듯 뻔해집니다.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빙연의 심보가 너무 극명해집니다.
그 심보다 심보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문제입니다.
공부나 여러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운동이라는 일은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4월의 국선이라는 큰 시험을 앞두고 그에 맞춰서 모든 일정과 컨디션을 준비하고 몸을 만들어왔는데 난데없이 9월로 미뤄진다면 선수들이 받을 타격은 상상이상입니다.
단순히 날짜가 미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재기를 노리고 있던 안현수 선수는 5월에 기초군사훈련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한달 훈련을 하고 돌아오면 컨디션은 망가질대로 망가집니다. 다시 몸만들기와 컨디션 조절을 해서 9월에 도전한다는건 쉬운일이 아닐겁니다. 지금 4월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해왔을텐데...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재적인 쇼트트랙 선수를 망가트리는건 이렇게 빙연의 손짓한번이면 충분합니다.
잘못이라고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더러운 빙상연맹에게 놀아난 죄밖에는 없는 선수들입니다.
운동선수가 운동에만 힘을 쏟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것을 원해서 우리는 스포츠를 보고 응원을 하는 것일 겁니다.
파벌이며 특정인의 이익이며 어른들의 속셈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선수들이 힘내서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기를.. 제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국기를 가슴에 단 안현수 선수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단코 선수나 선수의 주변인이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도 더러운 연맹에 휘둘려 본인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없다는 것.
이런 절망적인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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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20:36 2010/04/11 20:36
Posted by 티티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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