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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구를 지켜라를 알게된건 개봉 전부터였다.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개봉한다는걸 보긴했는데,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특이하네.. 코미디인가? 하고 넘겼었다.






고3때 수능이 끝나고..
한창 시간이 남아돌아서 주체를 하지못하는 고3 교실은 이런 저런 쓸데없는 수다와 각종 비디오, 만화책이 떠돌기 마련이다.
(게중에는 논술 준비를 하는 아주 바람직한 학생들도 물론 존재한다..-_-;;)
평소에도 특이함으로 똘똘 뭉친 그 친구는 J.
그 친구가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가지고 있었다.
외계인과 이상한 그림들이 그려진 A4 크기의 스티커 한장.(A4 한장에 여러개의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하나씩 떼어서 쓰는 스티커이다.)
지구를 지켜라를 홍보하는 스티커였는데, 좀 특이해서 나도 하나 달라고 해서 게중에 맘에 드는 걸 골라서 화일 안쪽에 붙여두었었다.
그 덕에 나에게 '지구를 지켜라' 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그 스티커가 전부였다.

4월.
영화는 흥행 참패했다.
나는 물론, 영화 내용도 몰랐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보고 싶은 것이다.
내용하나 모르고 주인공이 신하균이라더라.. 정도만 아는 영화임에도, 흥행 참패했음에도, 그냥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나의 귀차니즘으로 영화는 약간의 흥미만 남긴채 지워져갔다..-_-;;

간간히 이 영화는 생각이 났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고3때 화일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웹페이지에서..
그리고, 올 초에 보았던 영화 발레교습소에서 남녀 주인공이 같이 보는 영화로 나올 때. - 잡설이지만, 이 영화를 보다가 왜 일(?)을 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간다..-_-;; -

계속 언제 한번 봐야지.. 보고 싶네..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드디어 봤다!!

6월부터 다운 받아놓고 볼 날만 기다렸다가, 드디어 오늘.. 할일이 잔뜩 쌓여있는 상태에서.





싸하고 아찔한, 그러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뭐라도 남겨놓지 않고는 아까운 것이다.
세상에 이런 영화가 흥행을 참패하다니!

단언하건데, 이 영화는 결코 웃기지 않다.
배우들의 연기는 시종 진지하다.

그리고 결코 우습지도 않다.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SF적인 상황 설정 또한 어설프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줄거리 보기



처음에 보면서는 병구가 너무 웃겼다. 행동이 재밌었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싸.이.코. 같았다.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믿고 지구를 지키려고 하는 진지한 노력이 그랬고, 그의 억지스러운 연구와 추측과 그 결과들이 그랬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부터 병구와 얽힌 이런 저런 사항들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영화의 본격적인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노동자와 권력자의 구조, 현대 사회에서의 부조리, 없는 자는 더욱 없고 있는 자는 더욱 풍족해 지는 모순적인 모습.

하지만 이 영화가 심각하게 그 주제들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을 것같은 기발한 고문들에 사용되는 것중 하나가 물파스와 때밀이이다. 이런 요소들이 충분히 무거워 질 수 있고 유치해 질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볍게 웃음이 나오고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장에 의해서 병구의 과거들이 하나 하나 밝혀지고 나서는 정말로 이놈이 자기한테 나쁜 짓을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싸이코에 지나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분명 범죄자로 보여야할 병구가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과대망상증 환자에 정신착란의 증세까지 있는 그가 하는 지구 파괴론 따위를 정말 믿고 싶어지고, 그게 실현이 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똘똘 뭉치지도...
꼭 이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이 땅의 한 많은 노동자들을 대변하지도..
그렇다고, 포스터처럼 포복절도 하는 코미디도 아닌 이 영화.

그러나, 끝나고 나면 이 싸한 감동을 어떤 말로든 표현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국, 그는 지구를 지키지 못했고 그가 사랑했던 것들을 지키지 못했으며, 강사장은 진짜 외계인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이것이 정답이었다.


홍보만 제대로 됬어도 좀 더 나은 평가와 흥행을 할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참 많은 영화라, 이제야 접하게 된 것이 좀 안타깝다.
포스터를 영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영화와는 동떨어지게 만든 것이 이 영화 흥행참패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컬트 영화를 제작비 부담(35~40억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때문에 주류 영화인 코미디로 둔갑시킨 이 포스터.
만약 나도 포스터를 봤었다면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유치한 건 포스터 뿐인 영화이다.

시간 난다면 꼭 보시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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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2 23:50 2005/07/12 23:50
Posted by 티티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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